고명근

사진과 조각의 경계를 허물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고명근 작가를 소개합니다. 그는 우리가 일상 에서 마주하는 건축물과 자연 풍경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하여, 이를 ‘사진 조각(Photo-Sculpture)’이라 는 특별한 형태로 재탄생시킵니다.

작가는 대상을 촬영한 이미지를 인화지가 아닌 OHP 필름과 같은 투명 필름에 인쇄합니다. 이 필름들을 투 명한 플렉시글라스 판 사이에 압착시킨 뒤, 여러 판들을 열(인두 등)로 정교하게 접합하여 입체적인 구조물 을 만듭니다. 이렇게 완성된 ‘사진 조각’은 깊이와 공간감을 지닐 뿐 아니라, 보는 사람의 위치나 시점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이미지를 드러내는 매혹적인 특징을 지닙니다.

고명근의 작품은 평면적인 사진이 어떻게 3차원의 실체로 변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입니다. 빛이 투과하고 굴절하며 만들어내는 반투명한 형상은 관람객의 시선과 각도에 따라 변화하며, 마치 익숙한 대상 의 표면을 넘어 그 안에 축적된 시간, 기억, 그리고 보이지 않는 본질을 들여다보는 듯한 신비로운 경험을 선 사합니다.

그의 작업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, 건축물의 내부와 외부, 사진의 기록성과 조각의 물질성, 현실과 환영 사이 의 경계를 탐구합니다. 19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이어온 작가만의 독창적인 기법과 깊이 있는 성찰은 국 내외 미술계에서 주목받으며 국립현대미술관, 마이크로 소프트 컬렉션 등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었습니다.